대한민국정부 공식 다국어포털 KOREA.net 인터뷰
〈Modernminhwa Charm: A Conversation with Hana Seo〉 한국어 버전
Hello please introduce yourself to our readers.
안녕하세요, 한지에 분채 등 전통 채색 재료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는 서하나입니다. 저는 ‘모던민화’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하며, 한국 전통 민화를 모티브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통의 형식과 상징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현대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 왔고, 그 흐름을 하나의 작업 세계로 구축해 오고 있습니다.

What sparked your interest in minhwa and what led you to pursue it professionally?
특별한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감각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유년 시절 제가 좋아했고 비교적 잘했던 것은 그림과 글쓰기였습니다. 집 책장에 꽂혀 있던 동화 전집과 위인 전집을 닳도록 들춰보며, 글과 그림들을 탐독했습니다. 특히 세종대왕과 신사임당 전기는 삽화가 무척 인상 깊었는데, 당시에는 알지 못했죠, 제가 훗날 조선시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직접 그려보게 될 줄은요. 저의 학창 시절은 인터넷이 없던 시대였기에 대백과사전에 실린 유물 도판을 즐겨 보았고, 한지 공예반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작업을 했습니다. 미술 시간에는 십장생도를 입체물로 만들기도 했고, 부채춤이나 전통적인 색과 문양을 접하며 한국적인 미감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갔습니다. 대학에서는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작업을 할 때마다 한국적인 주제와 요소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그 무렵 ‘민화’를 배우고 싶어 인사동 일대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제 고향 수원의 화성, 특히 방화수류정은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제 기억과 작업 속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였습니다.

Chairs, 2009
돌아보면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7년 봄, 프랑스 파리에서의 여행이었습니다. 한 도시를 오랫동안 걸으며 머무는 동안, 공원의 벤치나 노천카페의 의자, 벼룩시장의 앤티크 의자들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쉼과 삶의 리듬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프랑스의 고전적인 의자 형태에 민화에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문양을 결합한 작업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모던민화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따라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지금의 방향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How do you incorporate Korean folk art traditions into your modernminhwa pieces?
제 작업은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Dreams and Traveling, 2018
첫 번째는 한국 민화의 전통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동시대의 이야기와 개인적인 시선을 함께 담아낸 회화 작업입니다. 옛 민화의 형식과 상징을 차용하되,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입니다.

The Peach Blossom Land (Sulwhasoo Collaboration, 2017)

Moon Jar (Beauty of Joseon Collaboration, 2025)
두 번째는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으로, 이 경우에는 민화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해당 브랜드가 지닌 이미지와 메시지, 그리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보다 집중해 작업합니다.

Quince Blossoms and a Bush Warbler, 2020
세 번째는 민화라는 틀이나 요소를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 개인 작업입니다. 민화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은 대부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류, 포도, 물고기의 알처럼 작은 알갱이가 반복되는 이미지는 다산을 의미하고, 장생도에 등장하는 소나무, 바위, 구름, 물 등은 장수를,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상징에는 당시 사람들의 바람과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 이러한 의미들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를 선택하고 구성합니다. 비록 제 작업을 세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는 있지만, 작품 전반에는 톤과 요소 면에서 서로 교차하는 지점들이 있고, 많은 분들이 이 모든 작업을 ‘모던민화’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What traditional material & technique do you prefer to work with?
주로 한지에 분채를 사용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한지는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진 한국의 전통 종이로, 얇지만 매우 질기고 내구성이 뛰어나 오랜 시간 형태와 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채색에는 분채 안료에 아교를 미디엄으로 사용합니다. 이 재료들이 만나면 한지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색을 올릴 수 있고, 안료가 층층이 쌓일수록 색은 점점 깊어집니다. 빛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색과 질감이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점 역시 이 재료 조합이 가진 큰 매력입니다. 원하는 색감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는 방향이 다른, 비교적 느린 작업 방식이지만, 이 과정은 저에게 스스로를 다스리고 수련하는 시간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제 작업과 저 자신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낍니다. 다른 재료와 기법 역시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재료들이 가진 깊이와 물성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What sparked your creativity and from where do you get inspiration for your artwork?
제 창작의 출발점이자 영감의 근원은 언제나 ‘관찰’입니다. 사소한 대상이라도 직접 바라보고 오래 관찰하다 보면 저마다의 특징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생략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길가에 흔히 보이는 작은 풀 하나만 보아도 구조와 색감은 모두 다르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운 지점들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업들이 쌓이면서 점차 저만의 색과 스타일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관찰과 기록은 작품이 독창성을 갖게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외부의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시선이 나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일상, 그리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What was the major difference between minhwa and modernminhwa?
전통 민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이어가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금도 조선시대의 옛 그림을 충실히 따라 그리는 방식으로 민화를 이어가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그 역시 소중한 흐름이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오늘날 ‘민화’라고 부르는 옛 그림들이 당시에도 단순히 모사만을 목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바람과 염원을 담아 그린 그림들, 그리고 궁중 화원들이 그린 궁중화까지, 여러 층위의 그림들을 오늘날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민화’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민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형식을 따르는 데 있기보다는, 제약 없이 자신의 마음과 염원을 그림으로 드러냈다는 태도에 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모던민화’라는 이름을 따로 사용하게 되었고, 제가 지향하는 모던민화는 옛 그림에 단순히 현대의 기물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에 있습니다. 저는 작업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 수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 시간에도 기술보다는 자신만의 색을 발견하는 과정에 더 초점을 두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통 민화와 모던민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또한 제 그림에 관심을 가지는 많은 대중들은 가장 인상적인 차이로 ‘색감’을 이야기해 주십니다. 전통 민화가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이라면, 제 작업은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보다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How do you hope your art impacts viewers & what message do you aim to convey through your work?
그림이라는 것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모두 읽히지 않더라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그림이면 충분합니다.

Seen, Unseen, 2015

Moon Jar: Light and Wind, 2025
이러한 태도는 제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관찰’이라는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제 작업 중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숲’ 연작이 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속 어딘가에 아주 작은 사람들의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웃고 있고, 누군가는 울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아파하고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떠오르는 단상들이 그림 속에 낙서처럼 숨겨져있기도 하죠.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잘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각자 저마다의 사연과 감정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그림을 가까이에서 천천히 관찰해야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삶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Your collaboration work with major brands are truly impressive. Can you tell us about your collaboration with brands like Sulwasoo, LG, HYBE, E-Mart, Shinsegae.
개인 작업과 더불어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의 범주를 다양하게 확장해 올 수 있었습니다. 협업 작업에서는 온전히 개인적인 표현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제 작업을 대중과 더 가까운 지점에서 소통하게 만드는 동시에, ‘민화’가 단순히 옛 그림을 재현하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의 감각 속에서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작업들은 저에게 있어 ‘모던민화’라는 개념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Could you share some of your memorable works & what makes them particularly memorable to you?

Folding Screen Commemorating the First Anniversary of Olive Young N Seongsu, 2025
가장 최근에 진행한 올리브영을 위한 작업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에는 한지에 안료를 사용해 회화 작업을 해왔는데, 이 작업에서는 작품 속 오브제들을 분리해 영상으로 구현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클라이언트 작업 중 처음으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매체는 달라졌지만,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작업 방식 자체는 기존의 회화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책가도 병풍을 모티브로 삼아 ‘선물’이라는 주제를 풀어냈고, 전통적인 구성 안에 오늘날의 생활 속 사물들을 결합하는 과정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브랜드 협업은 보통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조폐공사와 풍산화동양행과 함께 진행 중인 십이간지 메달 시리즈는 2024년 갑진년을 시작으로, 현재 세 번째인 말띠 해 기념 메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업이 해마다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다음 해를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되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만약 12년 동안 한 사이클을 완주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오래 기억에 남을 매우 뜻깊은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What advice would you share with aspiring minhwa artist? How do you reflect your own journey as an artist?
저의 작업 여정을 돌아본다는 게 왠지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면 저는 늘 주변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묵묵히 작업을 이어와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가려고 해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지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스스로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간다면, 적어도 누군가의 마음에는 분명히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민화 작가를 꿈꾸는 분들께는 단순히 옛것을 답습하는 데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그려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What’s next for you as an artist, and how do you envision your art evolving in the coming years?
삶의 생애 주기에 따라 겪는 일과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 역시 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성숙해지기를 바랍니다. 삶의 방향성은 어느 정도 설정할 수 있지만, 실제의 삶은 늘 예기치 않은 일들을 동반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작업 세계를 정해진 틀 안에 가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매일 성실하게 작업을 이어가며,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변화들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모던민화’입니다. 다행히 작업을 이어오는 동안 아직까지 큰 권태기를 겪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고, 이것은 작업자로서 큰 축복이라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 작업하며, 감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공식 다국어 포털 KOREA.net
기사 원문 https://honoraryreporters.korea.net/board/detail.do?pageidx=1&board_no=33692&tpln=1&articlecate=1&searchtp=&searchtxt=
By Honorary Reporter Debolina from India